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위로·웃음 담은 박보영 주연 휴먼드라마…11월 3일 넷플릭스 공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잖아요. 그렇지만 이건 분명해요.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어요.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습니까? 곧 아침도 와요.”

심한 양극성 장애(조울증)에 시달린 끝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 오리나(정운선 분)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어차피 제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나아지면 뭘 하나요”라며 모든 의욕을 내려놓은 듯 말한다.

이에 정신병동의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며 “곧 아침도 온다”고 위로를 건넨다.

이어 리나가 “저한테도 아침이 올까요?”라고 묻자, 효신은 “오리나 님이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이라고 답한다. 효신은 “저희는 환자들의 마음에 파동을 드릴 뿐, 파동이 어디로 가서 닿을지는 환자들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은 수간호사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정신병동의 벽에 이들 세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데, 마치 수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처럼 파문이 일렁인다.

넷플릭스가 다음 달 3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처럼 마음에 병을 앓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종합병원 내과에서 정신과로 옮겨온 간호사 정다은을 중심으로 정신병동의 간호사와 의사,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은은 다소 사회생활에 서투르면서도 주변에 친절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에 일의 효율성을 놓쳐 ‘민폐’가 된다는 이유로 내과에서 정신과로 옮길 것을 권유받아 정신병동으로 향한다.

정신병동에서 다은이 처음 만난 환자는 양극성 장애를 앓는 오리나. 유부녀인 리나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으며 불륜에 빠졌단 이유로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나는 불륜 상대라고 주장한 남성을 스토킹하다가 접근금지 가처분 명령까지 받은 상태다. 다은이 이런 사실을 언급하자 리나는 다은의 뺨을 때리고 입원실을 뛰쳐나가 알몸으로 춤추는 기행을 벌인다.

다은은 부족함 없는 부잣집에서 자란 리나가 이런 병에 걸린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은의 옛 과외 선생님이자 같은 병원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은 “뭔가를 넘치게 가졌다고 해서 정신병에 안 걸리나?”라고 반문한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드라마는 누구든지 마음의 병을 앓게 될 수 있고 환자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강조한다. 특히 정신병동의 환자뿐 아니라 다은과 주변 인물들도 정신병을 앓거나 초기 증상을 경험하는 모습을 담았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다은은 과거 근무했던 내과의 수간호사가 자신을 헐뜯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후에 다른 직원들이 모두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하고 위축된다.

마침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앞둔 사회불안장애 환자 김성식(조달환)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는데,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극단적인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그의 사연에 다은은 눈물짓는다.

이 밖에 다은의 단짝 친구이자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치킨 배달을 하는 송유찬(장동윤)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같은 병원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은 수시로 손가락 관절을 꺾어 소리를 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정신과에서 진료받는다.

이들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환자들을 치유하는 모습과 호응을 이루며 이야기에 더욱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무거운 분위기와 가벼운 분위기를 오가며 꾸준히 웃음을 준다는 점이다.

환자들의 사연을 다룰 때는 애잔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이야기 사이사이 웃음을 줄 만한 요소를 배치해 시청자가 긴장과 이완을 오갈 수 있게 한다.

여기에다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호연을 펼쳐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정신병동 입원 환자 역의 정운선과 조달환은 실감 나는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이정은은 자애로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수간호사를 연기해 드라마에 진중한 분위기를 더한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