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쿠데타 다룬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맡아
수경사령관 역 정우성 “실제 사건 부담 털어내고 연기”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비주얼로 인한 부담이라…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런 좋은 작품이라면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어요.”
김성수 감독의 새 영화 ‘서울의 봄’의 주연 배우 황정민은 9일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파격적인 분장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으려는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12·12 군사반란을 전면으로 다룬 첫 번째 영화다.
황정민은 쿠데타를 이끄는 보안사령관이자 하나회 수장 ‘전두광’을 연기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티프인 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민머리 분장을 하고 코도 둥글게 만들었다. 분장에만 네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자신만의 색채로 연기했느냐는 물음에는 “시나리오에 모든 정답이 나와 있었다”며 “철저하게 분석해서 전두광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캐릭터는 모두 실존 인물을 차용하긴 했으나 김 감독이 각색을 통해 성격이나 행동, 말투 등을 전반적으로 재창조했다. 스토리 역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되 상상을 가미했다.
정우성은 전두광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다.
그러나 정우성은 일부러 더 실제 인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감독님께서도 이태신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가공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건 부정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의 재해석이 있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황정민과 정우성은 극 초반부와 후반부를 제외하면 대면하는 일이 거의 없다. 전화로 소통하거나 제삼자를 거쳐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스크린에 비춰지면서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볼 수 있다.
정우성은 “전두광 패거리들은 감정의 폭주를 보여주지만, 이태신은 억제해야 하는 인물”이라면서 “(황정민의) 뜨거운 열기를 참고서 한 걸음 물러나 차분히 생각하고, (대사를) 입으로 뱉는 억제의 연속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황정민은 전두광이 승리에 도취한 한 장면을 언급하며 “교활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모든 수많은 감정이 응축된, 탐욕의 끝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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