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서 다정한 간호사 정다은 역…”칭찬 일기 아직도 꾸준히”
“사랑스러움 걷어낸 연기…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받아주시는 것 같아 기뻐”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감독님한테 왜 저를 그렇게 착한 사람으로 포장해주셨냐고, 이제 그 어떤 촬영 현장에서도 착하게 해야 할 것만 같다고 불평했어요. (웃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도’) 제작진이나 배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박보영에 대한 칭찬이 나왔다. 그가 극 중 캐릭터 정다은처럼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미담이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감독님께서 제가 현장에서 단 한 번도 화를 안 냈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도 진짜 화를 많이 냈다. 일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화가 안 날 수가 있겠느냐”며 웃었다.
박보영이 연기한 정다은은 밝고 따뜻한 사람이다. 매 순간 환자들에게 마음을 다하지만,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그 성격이 독이 된다.
정작 자기 행복을 챙기는 법을 잊고 살던 다은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고,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캐릭터와 맞닿은 부분이 많다는 박보영은 “극 중 다은으로서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취향은 잘 알면서 정작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상대에게 양보하는 성격이 다은이와 비슷했다”며 “다은이가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저 역시도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극초반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아침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던 정다은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생기를 잃는다.
박보영은 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힘들고 어려웠던 적이 있었기에 다은의 우울감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힘들 때 목소리부터 생기를 잃는 것 같다”며 “하얀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에는 일부러 물도 잘 안 마시고, 입으로 숨을 쉬면서 입을 바싹 마른 상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던 다은은 입원 후 며칠이 지나자 주위 물건을 집어 던지며 발악하는 액팅아웃(acting out·행동화)을 한다.
박보영은 “액팅아웃은 절대 좋은 게 아니지만, 맨날 속으로만 삭이던 다은이 드디어 감정을 밖으로 표출한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다은은 마음의 병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 치료를 받고, 꾸준히 약을 챙겨 먹는다. 의사의 권유대로 ‘칭찬 일기’를 쓰기도 하는데, 박보영은 “저도 칭찬 일기를 따라 쓰기 시작했는데,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느낀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해서, 칭찬할 일을 해야 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다은이의 일기를 보면 ‘실내화를 가지런히 놓은 나를 칭찬한다’는 칭찬도 있어요. 쉽고 당연한 일들도 알아봐 주고 칭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3일 공개된 시리즈를 몰아보면서 많이 울었다는 박보영은 5화 ‘인생에서 노란색 경고등이 깜박거릴 때’ 속 선배 간호사 박수연과 정신병동 입원 환자 권주영의 대화가 가장 와닿았다고 꼽았다.
우울증에 가성치매 증상까지 나타난 워킹맘 권주영은 아이의 행복 때문에 본인 행복에는 눈감고 사는 박수연에게서 어릴 적 자기 모습을 보게 되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위로를 건넨다.
박보영은 “워킹맘 에피소드는 저와 가장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울고 위로받았다”며 “‘애쓰지 마’라는 대사가 너무 열심히 사느라 나를 잃어가는 모두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특유의 사랑스러운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박보영과 ‘러블리’를 합친 ‘뽀블리’라는 수식어는 나이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도 그를 따라다닌다.
박보영은 “밝고, 사랑스럽다는 이미지가 너무 감사하면서도, 늘 밝고 사랑스러워야 할 것만 같다는 부담감이 힘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 번은 친구랑 한창 힘든 얘기를 하던 중 카페에 가서 활짝 웃으면서 음료를 주문했는데, 친구가 저보고 불쌍하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는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성장해서 애써 밝은 척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색다른 연기 변신에 도전했던 2023년은 박보영에게 의미 있는 한 해라고 한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랑 ‘정신병동에도’ 모두 이전까지 보여드렸던 사랑스러움을 걷어낸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제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욕심은 없지만, 나이 먹어가는 모습을 대중분들께서도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서 기뻐요. 앞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생겼다는 게 위안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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