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전고체 배터리의 양극 내부에서 열화현상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저압 환경에서 전고체 전지의 안정적인 구동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 저장 연구센터 정훈기 박사팀이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한 압력에서 전고체 전지를 구동할 때 급격한 용량 저하와 수명 단축을 일으키는 열화 요인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전부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불연성인 고체를 사용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고, 온도변화나 외부 충격에도 강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다만 전고체 전지는 충전·방전을 반복하며 양극과 음극의 부피가 변하면서 고체 전해질과 만나는 지점인 계면이 탈착되는 ‘계면 열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장치로 높은 압력을 유지해 이런 현상을 막아야 했다.
기존 연구는 전고체 전지의 짧은 수명 특성을 계면 접촉에 따른 손실로만 여겨 저압 구동 환경에서의 원인 평가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동전형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한 0.3㎫ 수준의 저압 환경에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동전형 전고체 전지를 제작하고 50회 충·방전을 시행했다.
그 결과 양극 소재의 균열과 비가역적 양극 상변화에 따라 저압 환경에서 열화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비가역적 양극 상변화가 발생하면 양극 구조 붕괴와 심각한 용량 감소 및 열적 불안정성을 겪게 된다.
또 양극의 리튬을 동위원소(6Li)로 대체한 후 ‘시간비행형 이차이온 질량 분석법’을 활용해 양극 내 리튬 소모가 셀 전체 용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충·방전 반복 과정에서 고체 전해질의 분해 산물인 황이 양극 소재 내부의 균열에 침투해 부도체성 부산물인 황화리튬을 형성했다. 이는 활성 리튬이온을 고갈시키고 양극 상변화를 촉진해 전고체 전지의 용량을 감소시켰다.
이 연구 결과는 저압 구동 환경에서 리튬이온전지 대비 전고체 전지의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정훈기 박사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가압 환경이 아닌 무가압 또는 저압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새 양극·음극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저압 구동형 전고체 전지를 전기자동차 같은 중대형 응용 분야에 적용하면 기존 리튬이온전지 제조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달 27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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