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2’ 감독 “시청자 지적 틀렸다 생각 안 해…아쉬움 커”

‘독전’ 중간 이야기 그린 영화…”시청 시간 1위, 낯설지만 감사”

영화 ‘독전 2’ 백종열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그분들의 해석과 지적이 틀렸다거나,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연출자로서 잘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22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백종열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독전 2’의 엇갈리는 시청자 평가에 관한 질문을 받자 덤덤하게 답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이 영화는 거대 마약 범죄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추적하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의 이야기다. 2018년 개봉한 ‘독전’의 미드퀄로, 1편의 클라이맥스인 용산역 혈투와 노르웨이의 오두막 총격 사건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1편은 개봉 당시 520만여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관객 평가도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2편의 경우 액션신과 태국 로케이션 등 볼거리는 풍부해졌지만,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서사는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 감독은 1편을 보면서 원호와 ‘락'(류준열)이 어떻게 마지막에 노르웨이의 오두막에서 만나게 됐는지 호기심이 생겼다면서 “‘독전 2’를 통해 그 틈을 메우면 굉장히 새로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닝타임이 길어지더라도 그 틈을 적극적으로 풀어내고 설명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배우 연기에 대한 지적도 봤는데, 연기의 문제가 아니고 연출의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아직 단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이 작품은 제게 아프게 남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연출을 할 때)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혹평과는 달리 흥행 지표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차트에서는 정상을 기록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백 감독은 “반응(시청 후 평가와 조회 수)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낯설다”면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독전 2’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전 2’는 미드퀄이라는 형식상 출발에서부터 어려움이 따랐다. 1·2편 사이에 5년의 공백이 있었던 만큼 배우진을 그대로 꾸리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특히 극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락 역에 류준열의 출연이 불발되면서 배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류준열은 다른 작품과 촬영 기간이 겹쳐 ‘독전 2’에 출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락으로는 오승훈이 투입됐다. 류준열이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 백 감독 역시 이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락을 새로 캐스팅해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마음이 복잡했다”며 “다른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락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해 오디션 과정도 길었다”고 돌아봤다.

고(故) 김주혁이 소화한 진하림 역은 변요한이 새롭게 맡았다. 변요한은 플래시백 형태로 등장하는 10여년 전 진하림을 연기했다.

백 감독은 “처음엔 딥페이크 기술로 주혁씨의 모습을 만들려다 결국 무산됐다”며 “요한씨와 10여년 전 진하림은 어땠을까를 유추하고 고민하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해 변주를 주는 시도도 했다. 한효주가 연기한 ‘큰칼’이 대표적이다. 진하림의 의붓동생인 큰칼은 이선생의 눈에 들기 위해 살인과 폭력을 일삼는 인물이다. 원래는 남자로 설정됐지만, 각색을 통해 여자로 바꾼 후 한효주를 캐스팅했다.

백 감독은 “남자 큰 칼은 너무 정답 같아 보였다”며 ‘뷰티 인사이드’에서 함께 작업한 한효주가 큰칼 역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효주는 얼굴을 지저분하게 분장한 것은 물론이고 근육질 몸매를 위해 촬영일에는 물조차 마시지 않으며 큰칼로 변신했다고 한다. 칼로 무자비하게 사람을 해치고, 강도 높은 맨주먹 액션도 선보인다.

백 감독은 “효주 씨는 지나치게 예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무색할 만큼 연기에 대한 집중력이 강했다”면서 “그런 의욕이 큰칼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영화 ‘독전 2’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