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팬데믹! 가짜뉴스] ⑧ 美전문가 “공적영역서 팩트 역할 축소…민주주의 위협”

美랜드연구소 허위정보 연구 전문가 헬머스 박사 서면 인터뷰

“정부, 미디어 독해력 교육 나서야…SNS 플랫폼, 알고리즘 조정 등 책임있는 역할”

美 1·6 의회 폭동, 허위정보 폐해 사례로 들어 “신뢰의 상실이 ‘진실의 쇠퇴’ 요소”

토드 헬머스 박사
[랜드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허위정보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적 영역에서 팩트와 분석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 내 허위정보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랜드 연구소 토드 헬머스 박사는 25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 사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상당수 공화당원들이 진실로 믿고 있는 상황은 허위정보가 미국의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헬머스 박사는 지적했다.

헬머스 박사는 허위정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미디어 독해력)’ 교육에 나서고, 소셜미디어(SNS) 플랫폼들은 허위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더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인대학교에서 임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헬머스 박사는 딥페이크에 의한 허위 정보의 위협과 미국·유럽을 겨냥한 러시아 주도의 선전·선동 작전,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의 소셜미디어 사용 등을 주로 연구해왔다.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의 자문에 응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배치돼 분석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다음은 헬머스 박사와의 일문일답.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 딥페이크 사진 등 허위정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허위정보는 두 전쟁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지원을 방해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전파했다.

다만 딥페이크 콘텐츠와 인공지능(AI)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항복하는 딥페이크 사진이 있었지만 이것은 허술하게 만들어진 것이었고, 대다수 우크라이나인은 가짜임을 분명히 알았다.

가자 지구 상황과 관련,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지자들은 허위 정보를 서로 주고 받았다. 거기서도 딥페이크는 제한된 수준이었다. 하마스 지지자들은 과거 전투에서 나온 민간인 사망자 이미지를 지금 나온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과거 허위정보 유포는 주로 정치적 목적을 가진 개인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허위정보 생산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동의한다. 우선 허위 콘텐츠를 만들고 퍼트리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또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들통이 나도 후과가 거의 없다.

둘째는 비교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허위정보가 진실과 객관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 정부는 허위정보를 통해 국내적으로 ‘득’을 본다.

그리고 ‘대외 정책’의 도구가 된다. 러시아 정부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시도를 보라. 허위정보를 담은 SNS 계정이 실제로 표심을 바꾸었는지 불확실하나, 허위정보가 표심을 바꿨다는 인식은 상당히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 허위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 시민사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허위정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기본 도구가 있다. 첫째, 정부는 시민들이 정보를 더 잘 이해하고 소비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정부는 또한 정보 수용자들에게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려 하는지 미리 경고함으로써 허위정보의 내러티브가 확산되기 전에 미리 허위임을 알릴 수 있다.

또한 이미 공유된 정보가 허위임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대정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다음 팬데믹이 닥쳤을 때 수용자들은 정부가 공유하는 생명을 구하는 정보를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정보 생태계에 어떻게 해를 끼치려고 시도하는지에 대해 수용자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 기관들이 허위정보에 대해 연구하고, 결과물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시행해야 할 기본 정책도 있다.

플랫폼들은 해외발 선전·선동 정보 또는 유해한 국내 콘텐츠를 탐지하고, 필요시 제거하는 데 더 적합하다. 플랫폼은 음란하고 당파적이고, 틀린 정보들이 사용자들의 눈에 확 들어오지 못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 각국 정부는 허위정보의 유포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불법화가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허위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플랫폼들이 그러한 모든 콘텐츠를 제거하기를 기대하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로, 한 사람이 ‘진실’로 간주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조작’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플랫폼들이나 정부가 그런 문제에 대한 ‘합의’를 효과적으로 중재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외국 선전·선동 정보의 일부 출처들은 불법화하지 않더라도 국내 시청자들에게 도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라이브 방송을 외국 사회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선 안 된다. 필요한 경우 세계 각국은 그러한 방송들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허위 소셜 미디어 콘텐츠들을 식별하고 제거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 미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허위정보를 걸러 내는데 점점 소극적으로 돼가고 있나.

▲ 많은 플랫폼들이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기본적인 ‘의견 불일치’ 중 일부를 중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X(옛 트위터)’는 여러 ‘신뢰 및 안전(Trust and Safety)’ 관리 기능을 퇴보시킨 것으로 유명하며, 이로 인해 혐오 및 반유대주의 콘텐츠가 증가했다. 허위정보와 혐오 콘텐츠를 여러 층위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콘텐츠를 공유해 대중을 교육하고, 대중이 국가가 지원하는 소셜 미디어 계정을 접할 때 이 사실을 경고해야 한다. 소설 미디어 플랫폼들은 또한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특정 유형의 허위 또는 유해 콘텐츠를 뉴스 서비스 상단이 아닌 하단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미 CBS뉴스가 8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 68%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2020년 대선의 합법적 승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선거 사기’가 있었다는 주장을 사실로 믿기 때문인가.

▲ 투표 사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다는 ‘큰 거짓말(Big Lie)’은 미국 사회에 여전히 유해한 실체로 남아 있고,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부채질하고 있다.

— 허위정보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보는가.

▲ 그렇게 생각한다. ‘부정 선거’에 대한 믿음이 그 한 예이며, 이는 의회에 대한 반란(2021년 1·6 사태)으로 이어졌다. 랜드연구소는 이것을 ‘진실의 쇠퇴’라고 칭한다. 즉 미국의 공적 영역에서 팩트와 분석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신뢰의 상실이 ‘진실 쇠퇴’의 주요 요소다.

당신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의 큰 하락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당파성도 한 몫하고 있다. 서로 너무도 분열돼 있어 미국 의회가 매년 예산을 통과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극도로 어렵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UPI.연합뉴스.자료사진]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