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휘말린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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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 = 톰 머스틸 지음. 박래선 옮김.

선장 에이해브는 ‘모비 딕’이라 불린 고래를 찾아 다녔다. 한쪽 다리를 앗아간 고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지독한 집념은 세월이 흐를수록 광기로 변질했다. 그 광기의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선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 내용이다.

고래는 거대한 몸집으로 늘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매혹하는 존재였다. 고래가 부르는 애절하고 기이한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언제나 심연의 바다로 끌어당겼다.

영국 태생 TV 프로듀서이자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가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 고래에 대해 탐험했다. 그는 혹등고래의 노래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로저 페인부터 고래와 소통하고 교감했던 수많은 역사적 사례와 일화, 고래와 돌고래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고래 생물학자 등 고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추적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인간과 고래는 아직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이는 인간의 모자란 귀와 편협한 시각 탓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인간만이 말할 수 있고, 언어를 지니고 있다는 ‘인간 예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인간은 실험을 통해 수년간 고래의 이동 경로와 생태를 속속들이 기록하는 인식표를 고래에 부착했고, 고래가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저자는 이 말과 노래가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을 통해 머지않아 해독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우리는 고래의 슬픔에 대해, 사랑에 대해, 그리고 삶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이도스. 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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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말린 날들 = 서보경 지음.

감염은 단순히 질병과의 사투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회적 낙인과의 싸움도 헤쳐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당사자들이 그랬다. 그들은 에이즈라는 병 자체에 고통받고, 그 질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또 차례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의료인류학자인 저자가 HIV 감염 당사자에게 찍힌 사회적 낙인을 들춰봤다. HIV와 감염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오래 묵은 것이지만 낡은 것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역사, 의료적 현실, 법 등을 넘나들며 바이러스를 둘러싼 낙인이 어떻게 사회적 박탈과 위험을 조성하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다.

반비.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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