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들의 오류에 대한 경고…’존재양식의 탐구’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 지구법학 = 김왕배 박태현 오동석 정준영 안병진 김준수 최정호 지음. 김왕배 엮음.
지구법학은 지구 생명체들에게 인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법사상 또는 법률 체계의 학문으로 정의된다.
지구법학의 핵심 전제는 지구 행성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강, 숲, 돌고래 등 비(非)인간적 존재도 그들 나름의 권리를 부여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지구법학은 이러한 존재들의 권리를 법과 거버넌스 체제로 정착시키는 사회 철학을 실현하는 장치와 정치적 제도, 소유권, 시민사회운동 등을 포괄한다.
책은 지구법학의 기본 개념, 비인간이 행위의 주체로 자리매김한 사회와 정치가 어떤 식으로 변모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있는 한국사회의 단면 등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법인격 부여와 관련, 생태법인으로 창설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지구법학의 이면에는 온난화 등 환경오염이 불러온 생태계 위기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삶의 지반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인식과 실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배경이 깔려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는 신유물론적 사고, 현 지질시대는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인류세'(Anthropocene)로 접어들었다는 인식도 지구법학을 뒷받침한다.
저자들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지구와 사람’ 산하 연구단체인 지구법학회 소속으로, 지구법학의 국내 소개를 주도하고 있다.
남미 지역의 일부 국가가 지구법학을 선도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지구법학의 정신을 헌법이나 법률 조항에 담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과지성사.478쪽.
▲ 존재 양식의 탐구 = 브뤼노 라투르 지음. 황장진 옮김.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선도해온 저자가 근대화가 낳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해법과 대안을 내놓는다.
책은 서구와 비서구의 근대인들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 갈등과 기후변화의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흑백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근대주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원성을 복원하기 위한 열다섯 가지 존재 양식을 제시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 등 근대주의 프로젝트에는 과학과 경제를 앞세워 다른 존재 양식들의 가치를 지워버리는 ‘범주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근대인이 저지르는 다양한 범주 오류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학문과 학문, 문화와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소통을 통해 지속 불가능성이 입증된 서구 근대성의 형태와 범주를 인류학적인 차원에서 재설계하는 탐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월의책.7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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