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 유지태 “연기 위해 20㎏ 늘려…기억할만한 캐릭터”

‘괴물’ 형사 조헌 역할…”주인공 괴물 되지 않게 돕는 인물”

배우 유지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호응을 얻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비질란테’에서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조헌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아서 저한테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배우 유지태는 지난달 29일 마지막 회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비질란테’에서 형사 조헌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질란테’는 경찰대 학생인 주인공 김지용(남주혁 분)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의 허점 때문에 처벌을 면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받은 자들을 폭력으로 심판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이런 김지용에게 드라마 속 언론사가 비질란테(자경단)라는 별명을 붙이고 화제가 되자 경찰은 비질란테를 잡으려 한다. 비질란테를 추적하는 수사팀 팀장이 바로 유지태가 연기한 조헌이다.

유지태는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작품을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유지태는 “앞으로도 제가 많은 작품에 출연하겠지만, 저는 배우로서 중간 정도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이미 저를 기억하게 하는 캐릭터도 있는 상황에서 호응을 얻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비질란테’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비질란테’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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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은 거구의 몸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싸움 실력 때문에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형사다. 폭력조직원 여럿을 단숨에 때려눕히는 것은 물론 자동차 후면을 번쩍 들어 주차 방향을 틀어놓는 장면도 나온다.

유지태는 그런 조헌을 연기하기 위해 이번 드라마를 찍기 전 2∼3개월에 걸쳐 몸무게를 20㎏ 늘렸다고 한다. 매일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운동을 병행해 단기간에 살과 근육을 키웠다.

그는 “촬영 전에 만난 남주혁 씨 체격이 워낙에 좋아서 ‘조헌이 김지용보다 압도적으로 피지컬이 좋아 보여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소화하지? 큰일 났다’ 싶었다”며 “생각보다 더 몸무게를 많이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조헌은 100㎏이 넘는 거구에 얼굴 곳곳에 흉터가 있는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폭력배에게 정중하게 수사에 협조를 구하다가 상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부터 반말을 하겠다”고 말한 뒤 시원스레 주먹을 휘두른다.

드라마 ‘비질란테’ 영상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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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은 드라마에서 액션 장면의 빈도가 높은 인물이지만, 단지 싸움 실력이 전부는 아니다.

조헌은 예리한 추리력을 겸비해 비질란테의 정체를 빠르게 알아내고 김지용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경고한다. 능력과 정의감을 겸비한 김지용이 더 괴물이 되기 전에 바른길을 가라고 권유하는 인물도 조헌이다.

5회 말미에 조헌과 김지용은 서로 다른 신념을 두고 말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맞붙는다.

이 장면에서 조헌은 “김지용, 고통스러웠냐 아니면 재밌었냐?”라는 질문을 건네 정의를 위해 주먹을 휘두르던 김지용이 점차 괴물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대사는 유지태의 제안으로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유지태는 “원작 웹툰에선 주로 외형이 강조됐던 인물이 조헌인데, 그런 조헌의 내면을 내가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을 주변에 권할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고 제작발표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유지태는 이어 “조헌은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품고 있는 인물”이라며 “김지용에게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하고, 김지용이 괴물이 되지 않게끔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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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영화 ‘바이 준’으로 데뷔한 유지태는 2003년 단편영화 ‘자전거 소년’으로 감독으로도 데뷔했고 건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유지태는 독립영화 상영회를 열고 독립영화제에 후원금을 내는 등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내가 없어도 누군가 독립영화를 지원하게 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바란다”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생각이 모이면 당장은 아니어도 10년, 20년 뒤에는 변화의 흐름이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작품 출연이 드문 것은 아니다. 작년엔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른 드라마 촬영도 마친 상태다.

유지태는 “가르치는 것만 잘하고 ‘선수’로서는 못 하는 걸 가장 지양한다”며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배우로서 모습이 올바로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유지태를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뭔지 묻자, ‘작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영감을 받는 건 언제나 작품이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훌륭한 연기를 하고 싶고, 항상 그 마음만은 같았던 것 같아요. 그게 제 일이고 제 꿈이고 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