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왕실 세계에 우연은 없어”…’英총리에 보내는 메시지’ 추측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고대 그리스 유물 ‘파르테논 마블스’를 둘러싼 영국과 그리스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그리스 국기 문양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한 찰스 3세는 흰색과 하늘색이 교차하는 그리스 국기 문양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찰스 3세의 가족은 그리스와 인연이 깊다. 그의 아버지 고(故) 필립공은 그리스 태생으로, 그리스의 마지막 국왕 콘스탄티노스 2세의 아버지인 파블로스 1세와 사촌지간이다.
BBC는 “왕실 세계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왕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숨은 뜻’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돼 왔다”고 짚었다.
2017년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논쟁이 치열할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EU 국기와 같은 색의 모자를 쓰고 영국 의회에 출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지난해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난 자리에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꽃들이 꽂힌 꽃병을 배경으로 뒀다.
이번에도 찰스 3세가 맨 그리스 국기 문양의 넥타이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왕실 소식통들은 찰스 3세의 넥타이에 대해 “그리스나 파르테논 마블스를 둘러싼 외교 갈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영국을 국빈 방문한 한국 대표단을 만날 때도 이 넥타이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파르테논 마블스는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 점령됐던 19세기 초 당시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들이다.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 조각들은 현재 런던의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를 도난당했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이를 부인하면서 그리스의 거듭된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아 양국이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수낵 총리가 다음 날로 예정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파르테논 마블스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마초타키스 총리는 회담을 앞두고 BBC와 인터뷰에서 “‘모나리자’를 절반으로 잘라 반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나머지 절반을 영국 박물관에 둔다면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겠나”며 파르테논 마블스의 소유권을 우회적으로 주장했고, 수낵 총리가 이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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