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 산책하며 보는 ‘아무튼, 동물!’ 전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옛사람들은 동물 하나에도 뜻을 담아 그렸다.
물 위로 힘차게 튀어 오르는 잉어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의미에서 장원급제를 염원하는 상징으로 여겼다.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는 다산을,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봉황은 그 자체로 상서로움을 드러낸다고 봤다.
박물관 수장고를 둘러보며 옛 물건에 담긴 동물의 의미를 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개방형 수장고인 경기 파주관에서 동물 문양이나 형태로 표현된 유물 150여 점을 소개하는 ‘수장고 산책: 아무튼, 동물!’을 연다고 1일 밝혔다.
8개의 수장고를 동물 문양이나 형태를 띤 유물을 볼 수 있도록 꾸민 프로그램이다.
관람객들은 노리개, 안경, 벼루, 항아리 등 다양한 유물에 담긴 동물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3개의 노리개를 한 벌이 되도록 만든 삼작노리개는 주로 혼례에서 썼는데, 연결하는 부분을 화목한 가정을 뜻하는 나비 모양으로 만든 점이 특징이다.
의례용 술을 담거나 꽃가지를 꽂아 꾸밀 때 쓴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에는 용이 그려져 있어 최고의 능력과 권위를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표현 방식이 무엇이 다른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겨 생활용품 곳곳에 그 무늬를 써왔다. 4수장고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항아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반면, 조각가 오채현의 작품 ‘하하호호'(해피타이거)는 환히 웃고 있는 호랑이 한 쌍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이 밖에 전시에서는 백년해로를 맹세하는 의미로 쓰이는 나무 기러기, 소 모양을 한 술 항아리,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개 모양 연적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전시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다.
해설 프로그램은 화∼금요일에는 하루 4차례, 토·일요일에는 5차례 진행된다. 전시를 둘러본 뒤에는 동물 문양 도장 찍기, 색칠하기, 종이접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옛 물건에 장식된 동물 문양을 탐색하며 오랜 시간 우리 곁에 함께한 동물들의 상징과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25일까지.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