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한방·씁쓸한 뒷맛…서로 다른 매력의 두 복수극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14년 동안 갇혀있던 감옥에서 나와 통쾌한 복수를 다짐하는 청년, 그리고 20년간 준비한 복수를 치르고 허탈함을 느끼는 남자.

3일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복수를 주제로 관객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몬테크리스토’는 피 끓는 복수심에서 나오는 통쾌한 한 방으로 쾌감을 선사한다.

반역을 꾸민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간 감옥에 갇혔던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의 복수극이다. 에드몬드가 감옥에서 탈출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바꾸고 자신을 나락에 빠트린 동료 당글라스, 친구 몬데고, 검사장 빌포트에게 원한을 갚기까지의 사건이 펼쳐진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촉망받던 선원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수난을 겪는 과정을 촘촘하게 제시해 관객의 감정이입이 빠르다. 복수심이 최고조에 달한 주인공이 세 사람에게 지옥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하는 1막의 마지막 넘버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작품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뮤지컬로 제작해 2010년 초연했다. 여섯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은 넘버를 추가하는 등 줄거리를 보강하고 다채로운 시각효과를 더했다.

죗값을 형상화하는 거대한 낫이 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는 장면 등이 눈길을 끈다. 회전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각적 효과도 한층 풍부해졌다.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에서는 붉은 조명을 밝힌 가운데 악마를 형상화한 앙상블이 회전무대 밑에서 등장하는 연출로 감정을 극대화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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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복수를 마친 뒤 찾아오는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원나라 작가 기군상의 비극 ‘조씨고아’가 원작으로, 조씨 가문의 복수를 떠맡게 된 시골 의사 정영의 생애를 조명한다.

조씨 가문의 문객이었던 정영은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희생해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살려내며 복수의 씨앗을 심는다. 그는 조씨고아가 성장하자 과거를 들려주며 가문을 멸족한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를 향한 복수를 맡긴다.

작품은 조씨고아를 살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목도한 정영이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과거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씨고아에게 “이해는 필요 없으니 인정만 하면 된다”라고 소리치는 정영은 복수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조씨고아가 도안고를 쓰러트리는 순간을 자세히 묘사하기보다 복수가 끝난 뒤 찾아오는 허탈한 감정에 주목한다. 복수에 성공한 뒤 활짝 웃는 조씨고아와 넋이 나간 듯 무릎을 꿇고 있는 정영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복수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과장된 몸짓과 대사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씨고아는 피로 얼룩진 조씨 가문의 역사를 심각한 표정으로 들으면서도 정영의 질문에 완전히 틀린 답을 내놓는 등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조씨고아’는 2015년 초연해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은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지난 2일 100번째 서울 공연을 개최했다.

고선웅 연출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분들 덕에 연극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남은 공연도 타성을 경계하며 곁에서 좋은 연극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15년 공연 기간 별세한 배우 임홍식을 언급하며 “벅찬 감동을 저희 배우들과 프로덕션, 하얀 나비처럼 높은 곳에서 굽어보시는 임홍식 선생님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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