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학계] 해외독자 마음 흔든 K-문학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佛 메디치상 쾌거…’고래’·’저주토끼’ 영·미서 선전

김남조·최일남 등 문단원로 작고…한국서 사랑받은 겐자부로·쿤데라 별세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 받은 한강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올해도 한국 문학작품들은 해외 주요 문학상을 받거나 잇따라 최종후보에 지명되면서 우리 문학의 매력을 지구촌에 널리 알렸다.

소위 순수문학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문학에서부터 판타지·호러의 장르문학을 넘어 아동문학 작품까지 해외에서 주목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한강, 프랑스 4대 문학상 메디치상 한국작가 최초 수상

한강은 11월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2016년 영국 부커상 수상 이후 또다시 서유럽에서 작가적 역량을 확인했다.

한강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저명한 상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특히 올해 프랑스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문에도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문학 감식안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프랑스 평단과 독자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정보라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도 10월 미국 최고 권위의 전미도서상(내셔널북어워즈) 최종후보에 뽑혔다. 이 작품은 작년에도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천명관의 ‘고래’가 국내 출간 19년 만에 부커 인터내셔널 최종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고래’로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시상식 참석한 천명관 작가와 김지영 번역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래’는 2004년 국내에서 출간된 후 꾸준히 읽혀온 스테디셀러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출간 후 무려 19년 만에 해외에서 재조명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다시 인기몰이했다.

또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이 뉴욕타임스(NYT)가 매 연말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뽑히는 등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 시인은 앞서 7월엔 미 하버드대 도서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T. S. 엘리엇 메모리얼 리더'(T.S. Eliot Memorial Reader)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인을 위한 시·소설 외에도 한국의 아동문학도 큰 주목을 받았다.

백희나의 그림책 ‘알사탕’은 지난 5월 27일 이탈리아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시상식에서 1년에 단 한 권만 선정하는 ‘올해의 책'(수퍼프레미오 안데르센상)의 영예를 안았다. 백희나는 한국 작가 최초로 2020년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데 이어 작년 ‘달샤베트’로 미국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를 받는 등 해외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문학이 이처럼 해외독자들과 평단에서 호평받는 배경에는 한국 작가들의 문학적 역량 외에도 한국문학번역원이나 대산문화재단 등 전문적 지원기관·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질 높은 번역을 할 수 있는 전문 번역가들이 늘어난 덕이 크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올해 번역원의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지원사업의 신청 건수는 281건으로 2014년 사업 시작 당시 13건 대비 약 20배 이상 늘었다.

번역원은 “해외에서의 한국문학 출간 도서 수가 증가함으로써 현지 독자와 만나는 작품이 많아지고, 그것이 다시 한국문학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수상자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남조·최일남·쿤데라 등 각별한 사랑받은 문인들 별세

노환으로 독자들의 곁을 떠난 문인들도 있었다.

기독교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 의식을 담은 시 1천편을 남겨 ‘사랑의 시인’으로 불렸던 김남조 시인은 10월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김 시인은 오랜 시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으로 활동하며 아흔이 넘은 고령에도 정열적으로 꾸준히 시를 발표해왔다.

70∼80년대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을 다룬 최일남 작가도 앞서 5월 91세로 작고했다. ‘서울 사람들’, ‘홰치는 소리’, ‘그리고 흔들리는 배’ 등의 소설을 남긴 그는 출세한 촌사람들이 도시에 와서 겪는 객지 생활의 애환과 산업화의 그늘 풍부한 토착어와 개성적 문체로 그린 작가였다.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하얀 전쟁’ 등을 쓰고 영미권 작가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도 7월 82세를 일기로 독자 곁을 떠났다.

‘사랑의 시인’으로 불린 故 김남조 시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독자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외국 작가의 별세 소식도 들려왔다.

전후(戰後)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던 오에 겐자부로가 3월 88세로 별세했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90년대 한국 대학가에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을 불러일으킨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도 7월 파리에서 작고하며 한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