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화재] 다시 태어난 광화문…새로운 변화 ‘준비 중’

‘아픈 역사’ 돈덕전 재건…가야고분군, 4·19 기록물 등 세계서 인정

‘직지’·’천마도’ 수장고 밖으로…나라 밖 문화유산 잇달아 고국 품으로

공개된 광화문 현판
지난 10월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 한해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과거 아픈 역사를 딛고 문화유산의 가치와 역사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는 드넓은 길이 펼쳐졌고, 광화문 현판도 검정 바탕에 금빛 글자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가 훼손한 역사적 공간도 재건됐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보고(寶庫)인 고분 유적은 세계유산에 올랐다.

내년에는 60여년간 이어져 온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 대신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한 체계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광화문 월대를 지나 입장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금빛 글자 아래 열린 ‘역사의 길’…문화유산 ‘옛 모습’ 찾기 속속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 명소인 경복궁 광화문은 새롭게 태어났다.

광화문 앞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역사의 길’인 월대(越臺, 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가 올해 10월 다시 열렸다.

과거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행사를 추진하고 1923년 이후 전차 선로까지 놓는 과정에서 월대가 사라진 이후 약 100년 만이다.

월대 복원에는 경기 구리 동구릉에 남아 있었던 부재 40여 점이 쓰였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동물 조각상도 함께 활용됐다.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지’ 덕수궁 돈덕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광화문의 이름표, 현판도 올해 달라졌다.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 미국 박물관이 소장한 사진 등을 토대로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금박을 입힌 글자로 다시 태어났다.

덕수궁에서도 일제가 허문 역사적 공간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대한제국 당시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으로 쓰였던 덕수궁 돈덕전은 약 100년 만에 재건돼 문화 교류와 공공 외교의 플랫폼(공간)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오랜 기간 발길이 닿지 않았던 조선 왕릉도 문을 활짝 열었다.

조선 인종(재위 1544∼1545)과 인성왕후의 무덤인 효릉(孝陵)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유일한 미공개 왕릉이었으나, 올해 9월부터 개방됐다.

◇ 세계에서도 빛난 ‘K-유산’…5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직지’

가야 역사와 문명을 보여주는 ‘타임캡슐’은 세계에서도 당당히 인정받았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가야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의 16번째 세계유산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학생 주도의 민주화 운동인 4·19혁명, 조선 백성이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기록물이 각각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오랜 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귀한 유물도 올해 공개됐다.

반세기 만에 공개되는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소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공개된 ‘직지(直指)’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은 반세기 만에 수장고를 나와 전 세계 관람객과 만났다.

고려 후기에 활동한 승려인 백운 경한(1298∼1374) 스님이 부처와 여러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직지는 현재 하권만 프랑스에 남아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관련 문화유산을 조사·연구하는 데 협력하기로 해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경주 천마총(天馬塚) 발굴 50주년을 맞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정식 명칭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 두 점이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려 나전·대동여지도 고국 품으로…내년부터는 ‘국가유산’ 시대

나라 밖 문화유산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노력도 성과를 냈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추정∼1866 추정)가 만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다양한 지리 정보를 더해 보완한 19세기 지도는 올해 초 일본에서 돌아왔다.

지난 6월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글자씩 정성껏 옮겨 적은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돼 공개됐다.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유물이 20여 점에 불과한 귀한 고려 나전도 고국 땅을 밟았다.

고려인의 금빛, 은빛 바람을 담은 고려 사경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고려시대 사경(寫經)인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공개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 국화넝쿨무늬 상자’는 장식된 자개가 약 4만5천개에 달하는 데다 섬세한 공예 기술이 반영돼 있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올해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등 전국 65개 사찰이 입장객에게 받던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가 면제돼 주목받았다.

문화유산 체제는 2024년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60여년간 이어져 온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는 내년 5월부터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아우르는 개념인 ‘국가유산’으로 바뀐다.

문화재청은 조직 명칭을 ‘국가유산청’으로 바꾸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 인사말
지난 9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환수 소식을 알리는 최응천 문화재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