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아메리카 퍼스트’-‘한국 우선주의’ 결합 경계해야”

트럼프 변수 부상 속 미 전문가 스나이더, 한미동맹 주제 신간서 역설

“트럼프-문재인 집권시 조합 경험…NCG 같은 제도화된 한미안보조율 필요”

“북중의 ‘갈라치기’에 대응해야…미, 한국 핵무장 막을 정치·경제 지렛대 써야”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미는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한국 우선주의’와 만날 때, 한미동맹 저하가 가져올 폭발적인 악영향을 막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저서 ‘한미동맹: 왜 실패할 수 있으며, 왜 실패하면 안 되는가'(컬럼비아대 출판사·318쪽)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의 해인 2023년의 끝자락에 출판된 이 책에서 저자는 양국 정상이 수십년간 외부 위협에 맞서 동맹 중시 정책을 취했지만, 미국 트럼프(2017∼2021년 재임)-한국 문재인 대통령(2017∼2022년 재임) 집권 하에서 ‘아메리카 퍼스트’와 ‘한국 우선주의’의 조합을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한미동맹 맥락에서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한국이 충분한 국방 부담을 지지 않은 채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통해 표출된 바 있다.

또 ‘한국 우선주의’는 일부 진보 세력의 ‘남북관계 지상주의’와 보수 진영에서 힘을 얻고 있는 ‘독자 핵무장론’ 등을 통해 표출됐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저자는 미국 우선주의와 한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양국에서 다시 집권하면 한미동맹은 양국 국내 정치의 극단적 분열 속에 각국 내부로부터의 위협에 취약할 수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위해 7월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같은 국가안보 관련 협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그는 “안보 문제와 관련한 제도화된 한미 조율은 두 나라 정부가 공유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전망을 강화할 것이고 동맹의 일방이 독자적 행동을 추구하려는 압력이 부상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썼다.

저자는 또 양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의 확장,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과정에 대한 침투 및 전복 노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역의 안보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북한의 노력을 탐지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양국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북한의 정치·군사적 노력에 대한 공동의 억지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경제·정치적 강압을 통해 한국에 (한미동맹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게 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 영향력이 한국에 대한 중국 영향력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스나이더는 또 양국 경제·안보 이익 통합을 위해 미국이 더 많은 한국기업과 기술·경제적 관계를 맺도록 장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추구할 경우의 파장을 자세히 분석하고, 그와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미국에 제언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 시도는 “글로벌 비확산(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체제와 한미 전략적 이익에 갖는 함의에 대해 주의깊은 고려를 요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 능력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정치·경제· 기술적 지렛대를 써야 한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한미동맹에 대한 국내 정치적 공감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우선주의’와 ‘한국 우선주의’의 위협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맞서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이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억지력을 위험하게 만들면서까지 남북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억지력을 강화하되 남북대화를 위한 공간을 남겨두는 접근을 취할 것을 제언했다.

저자는 “한미동맹 약화의 주된 수혜자는 한미가 아니라 중국과 북한일 것이고, 한미동맹 약화는 수십년간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고 번영을 촉진한 미국 주도의 안보 구조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미를 위한 더 나은 접근은 동맹을 상호 이익을 위한 기반 또는 세계 안정에 대한 역동적 기여자로 간주하는 것에서 나온다”며 그러한 접근은 글로벌 안정을 신중하게 촉진하는 미국의 능력과 ‘북한의 의도’를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한국의 능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번 저서를 집필한 동기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미동맹이 내부의 정치적 위협에 취약하며, 그것은 국내 정치의 양극화에 의해 심화했다는 트럼프-문재인 행정부 시절 인식을 바탕으로, 그러한 환경이 동맹에 주는 리스크를 자세히 연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미동맹 강화 제언 담은 美전문가 신간
[촬영 조준형]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이 12월초 발간한 저서 ‘한미동맹: 왜 실패할 수 있으며, 왜 실패해서는 안 되는가'(컬럼비아대 출판사·318쪽).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