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게 죽은 단종이 복위하기까지…의궤에 실린 역사 책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연구한 학술총서 발간

조선 후기 추상·복위 분석…올해 ‘별삼방 의궤’ 4책 국역

사적 ‘영월 장릉’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재위 1452∼1455)의 무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의 제6대 임금인 단종(재위 1452∼1455)은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불과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신하들이 그를 다시 왕으로 복위시키려 한 계획이 발각되면서 선대 왕이 아니라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됐고, 1457년 강원 영월 땅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가 복위된 건 그로부터 241년이 지난 1698년.

단종과 왕비인 정순왕후의 신주를 선왕과 선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영녕전(永寧殿)에 봉안하고, 묘소를 왕릉으로 조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의궤에 상세히 담겨있다.

‘단종정순왕후복위부묘도감의궤’ 부분
신진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의 ‘1698년(숙종 24) 단종과 정순왕후의 복위와 부묘·봉릉 과정’ 연구 논문 일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종의 복위 과정을 담은 ‘단종정순왕후복위부묘도감의궤’를 비롯해 외규장각 의궤 관련 주요 연구를 정리한 학술총서를 펴냈다고 16일 밝혔다.

2012년부터 발간해 온 학술총서의 7번째 책이며 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서는 조선 현종(재위 1659∼1674), 숙종(재위 1674∼1720), 영조(재위 1724∼1776) 대에 이뤄진 추상 의례 및 복위 관련 과정을 기록한 의궤 14건을 다뤘다.

추상은 선대 왕과 왕후에 시호를 올리는 의례를 뜻한다. 연구 대상에는 폐위된 왕이 복위됨에 따라 종묘에 신위를 모시는 부묘, 새로운 능을 조성하는 봉릉 과정 등도 포함됐다.

학술총서에 실린 8편의 논문은 조선 후기에 이뤄진 조선 왕실의 추상과 복위 의례 관련 논의는 물론 이를 위한 준비 과정, 시행, 결과, 영향 전반을 짚는다.

‘신덕왕후부묘도감의궤’ 부분
이근호 충남대 교수의 ‘조선 후기 추상 및 복위 의례의 시행과 외규장각 의궤’ 연구 논문 일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조(재위 1392∼1398)의 두 번째 비(妃)인 신덕왕후의 신위를 종묘에 봉안하는 과정이나 조선시대 폐위된 왕 중 유일하게 복위된 단종의 복위 등을 실록과 의궤 기록을 토대로 살펴볼 수 있다.

무덤을 새로 조성하면서 각 부서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숙종∼영조 대에 복위된 인물들은 무덤의 석물 제작이 어떻게 간소화되었는지 연구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총서 부록에는 부묘 의례 과정을 볼 수 있는 반차도(班次圖·나라의 의식에 문무백관이 늘어서는 차례와 행사 장면을 그린 그림) 3건도 실어 이해도를 높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 가운데 현전하는 유일한 자료를 우리말로 옮기는 국역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
2022년 열린 전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는 즉위한 왕의 새로운 상징인 가마와 의장 제작을 담당한 부서이자 현종·숙종·경종·영조 등 4명의 임금 대에 있었던 별삼방을 다룬 의궤 4책을 국역한다.

별삼방 의궤는 당대에 왕이 읽어보던 어람용(御覽用)과 예조에 보관하던 2건이 제작됐는데, 예조본(本)이 모두 소실되면서 현재 외규장각 의궤만 남아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