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원 내고 영화 보면 437원은 부담금…영화발전기금에 사용

영화발전기금 재원 대부분 부담금에 의존…”폐지시 국고 지원 등 필요”

영화 티켓 구매하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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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91개 부담금 가운데 자주 거론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이다.

말 그대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입장권을 살 때 요금에 포함되는 부담금으로, 입장권 가액의 3%에 해당한다.

관객이 영화 한 편을 보면서 1만5천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이 중 437원이 부담금이다. 각종 할인 등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는 300원쯤 될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부담하는 건 관객이지만, 이를 납부하는 주체는 영화관이다.

부담금을 폐지할 경우 그만큼 입장권 가격이 내려가면 관객에게 이익이지만, 가격 할인을 수반하지 않으면 영화관 등 업계의 수익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관이 납부하는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쓰인다.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이 설치된 2007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독일 등 외국에서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운용하는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설계했다.

한국 영화 전반의 창작과 제작, 수출 등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화발전기금은 시장에 방임할 경우 고사할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하는 데도 쓰인다. 독립·예술영화 지원은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재능 있는 창작자를 발굴하는 것과 직결된다.

문제는 한국 영화 발전에 필요한 영화발전기금이 기금 운용 수익 등을 제외한 대부분 수익을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발전기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관객이 급격히 감소한 여파로 부담금 수익이 줄어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의 폐지가 기금의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발전기금은 2022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8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지만,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에 재원을 의존하는 구조에선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실정이다.

영화계에선 영화발전기금 고갈을 막을 확실한 대안 마련 없이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폐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만큼 영화발전기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고 지원 등 안정적인 재원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은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관객이 영화발전기금 재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시행 첫해에 관련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은 위헌(5명)이 합헌(4명)보다 많았지만, 위헌 결론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못 미쳐 합헌 결론이 났다.

당시 영화관 입장권 부담 주체와 영화발전기금 수혜 대상이 일치하느냐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경영계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8월 법정 부담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에 대해 “영화로 인해 수익을 보는 특정 이해 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부과된다”고 주장했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