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숏폼’부터 ‘1시간 음방’까지…가요계 메인무대 온라인으로

온라인 음악방송 속속 출범…SNS 숏폼·토크쇼·라이브도

온라인 음악방송
[멜론·엔팝·아프리카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4만5천185장. 지난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발매된 국내 아티스트의 신보 숫자다. 일주일에 860여장, 하루 120여장꼴이다.

반면 이를 선보일 공중파 프로그램은 3사 메인 음악방송인 ‘뮤직뱅크’·’쇼! 음악중심’·’인기가요’를 제외하면 ‘이효리의 레드카펫’ 정도다.

설 곳 없는 가수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숏폼(짧은 영상) 챌린지부터 미드폼(중간 영상) 토크쇼, 라이브 메들리, 음악방송까지…. 신곡 홍보의 주 무대가 어느새 TV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이다.

◇ 아프리카TV·네이버…온라인 ‘음방’ 서는 가수들

4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플랫폼들은 여러 가수의 신곡 무대를 차례로 소개하는 형태의 ‘음방'(음악방송)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아프리카TV가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음악 영상 콘텐츠 마이스테이지(MY STAGE) 출범을 예고했다.

월 2회 촬영해 오는 10일부터 매주 토요일 3~4팀을 출연시키고, 회당 약 1시간 동안 방송할 예정이다. 첫 회에는 그룹 에잇턴(8TURN)과 ATBO, 하이키(H1-KEY)가 나온다.

아프리카 TV 측은 “팀당 할애해줄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무대 다변화가 가능해 각자의 특징과 매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팝에 게시된 쇼츠들
[엔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는 작년 9월부터 월간 K팝 차트 기준 음악방송 엔팝(NPOP)을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NOW)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를 방영하고,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아티스트 12팀이 참여하는 생방송이 90분간 진행된다.

‘컴백응원단’ 등 예능 콘텐츠와 그룹의 멤버별 퍼포먼스 영상, 숏폼 등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뷔가 솔로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에는 타이틀곡을 포함한 4곡 무대를 엔팝에서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엔팝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해 누적 재생수가 작년 10월 말 2천만회 수준에서 1월 말 6천만회로 늘었다. 현재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멜론의 경우 2022년부터 아티스트의 신보를 알리는 서비스 ‘멜론 스포트라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음악 라디오 형태의 오디오 콘텐츠 ‘멜론 스테이션’과 아티스트의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 밖에 유튜브에서는 라이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딩고뮤직이나 뮤직 토크쇼 ‘조현아의 목요일 밤’, 방송인 조나단이 진행하는 K팝 토크쇼 ‘동네스타K’ 등 프로그램도 가수들의 홍보 무대가 됐다.

조현아와 (여자)아이들 민니
[‘조현아의 목요일 밤’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챌린지’는 일상…필수 홍보 수단 된 SNS 바이럴

틱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상의 숏폼은 신곡 홍보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지난해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면서 틱톡 바이럴(입소문)이 크게 주목받았다.

‘큐피드’는 동남아의 한 틱토커가 손 댄스(손으로 추는 춤) 챌린지를 짧은 영상으로 올린 뒤 빠르게 유행을 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에는 10년 전 발매된 엑소의 ‘첫 눈’이 원곡의 스페드 업(Sped Up·속도를 높인) 버전 챌린지 영상으로 SNS에 퍼지면서 멜론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 수주째 멜론 차트 상위권인 리메이크곡 ‘비의 랩소디’는 가창자 임재현과 원곡자 최재훈의 듀엣 영상 클립이 유행의 기폭제가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처럼 숏폼 확산이 국내외 음원 차트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숏폼 자체 제작은 당연해졌고, 최근에는 가수들의 댄스 챌린지가 서로의 신곡 홍보를 돕는 일종의 ‘품앗이’ 형태로 진화했을 정도다.

그룹 레드벨벳의 슬기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 ‘뱀집’에서 “(가요계) 문화가 챌린지 문화로 바뀌었더라”며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게 쇼츠여서 (다들) 놓칠 수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첫눈 챌린지’ 올린 (여자)아이들·스트레이 키즈·에스파
[틱톡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기획사는 신곡 발매 전부터 플랫폼과 협업해 숏폼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틱톡 관계자는 “아티스트와 직접 협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명 틱토커와 아티스트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업체나 바이럴 전문 업체 등을 통해 숏폼 홍보를 할 경우 1곡당 억대 비용을 쏟아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 기획사 매니저는 “홍보 전문 업체에서 월 800만원에 틱톡을 통한 노래 홍보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등 다른 플랫폼까지 제대로 온라인 홍보를 하려면 한 달에 천만원대로 들 것”이라고 말했다.

◇ 노출 기회 찾아 온라인으로…콘텐츠 홍수에 의구심도

끊임없이 신곡 노출 기회를 찾는 가수들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은 사실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은 무대 자체도 제한적인데, 최근 수년간은 시청률도 저조해져 TV 출연이 흥행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반면 온라인 음악방송이나 토크쇼는 아티스트 한 팀당 20~30분을 할애해 주는 데다 1회 촬영으로 몇 주에 걸쳐 방송하기도 한다. 숏폼 역시 소속사가 자체 제작할 수 있어 제약이 없다.

‘킬링 보이스’에 출연한 씨스타19
[딩고뮤직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가요계 일각에서는 SNS 숏폼이나 온라인 음악방송이 곡을 알리는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는 “음악방송처럼 옛것을 답습하는 형태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유명 유튜브 채널은 신인들이 아예 못 나간다”며 “숏폼 바이럴도 이제 하나의 생태계가 되다 보니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플랫폼들이 너무 늘어나면서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