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야간 콜센터에서 생긴 일…’깊은 밤의 파수꾼’

죽고 사라진 것들의 흔적 찾기…’화석이 말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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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깊은 밤의 파수꾼 = 정수현 지음.

벌써 시각은 정오를 향한다. 아침 퇴근 전 받은 중년 고객의 전화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다. 고객은 카드 포인트 적립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 9시, 카드사 업무가 시작된 다음에 적립해 주겠다고 말했지만 당장 적립해야 한다며 태도가 요지부동이었다. 야간 콜센터 근무자인 정수현 씨는 달콤한 퇴근을 꿈꿨지만, 이를 포기해야만 했다.

‘깊은 밤의 파수꾼’은 15년째 카드사 야간 상담사로 일하는 정씨가 쓴 에세이다. 저자는 30대 후반까지 공공기관 잡지 기자, 영어학습지 오디오 연출자로 일하며 평탄하게 살았다.

그러나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수년간 작가에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준비의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본가가 경제적 어려움에 휘말렸다.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는 수당을 더 받고자 야간에 하는 일을 찾다가 카드 상담사로 일하게 됐다.

카드사 야간 콜센터에선 주로 밤사이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한 고객들을 위해 카드 정지를 해주는 일을 한다. 저자는 만취한 고객을 상대한 일, 금융사기에 속아 평생 모은 재산을 잃어버린 고객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걱정과 주저함 속에 더디게 완성한 책 속에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낙관과 회의가 공존한다. 현재 삶을 끌어안은 긍정과 삶 너머를 바라보는 갈망이 혼란스럽게 뒤섞여있다.”

돛과닻.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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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이 말하는 것들 = 이수빈 지음.

현생 인류에게 일부 유전자를 남긴 네안데르탈인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이라크 북서부에 거주한 네안데르탈인은 밀, 대추, 콩을 조리해서 먹었고, 벨기에 네안데르탈인은 코뿔소와 야생 양의 한 종류인 무폴론 고기를 먹었다. 각 지역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조사한 결과다.

화석 연구자인 저자는 책에서 화석과 치석처럼 생물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과거에 생존했던 존재들을 소환해낸다. 게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공룡, 관절염에 걸린 공룡, 다리에 달린 아가미로 호흡했던 삼엽충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에이도스. 272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