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기생충’ 3년째 ‘오겜’이 한국 대표…새 인기작 절실

K-드라마 인기 미국 앞서지만…”성장 정체기 돌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오명언 기자 = “자카르타에서 한류 트렌드는 이미 주류라고 생각해요. ‘틱톡’ 등에서 한국 드라마나 음식 같은 한국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 코트라자카르타 무역관)

K-콘텐츠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특히 드라마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미국을 넘어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과 같은 메가 히트작이 몇 년째 나오지 않고 성장세가 정체기에 접어들어 지금과 같은 황금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CJ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시아·중동서 한국 콘텐츠 고공행진…드라마는 미국 앞서

2일 영화계와 방송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파묘’는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개봉 17일 만에 223만명을 동원해 한국 영화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종전의 최고 기록은 ‘육사오(6/45)'(2022)의 215만명이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 순위를 분석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최고 인기 넷플릭스 스트리밍 작품 10개 가운데 8개가 한국 드라마였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역시 10위 이내 드라마 중 7개를 한국 드라마가 차지했다.

최근작 ‘눈물의 여왕’은 42개국에서 주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순위 10위 안에 들고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예능 시리즈 ‘피지컬: 100’ 시즌2 역시 공개 첫 주에 비영어권 1위를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권과 중동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국 콘텐츠 바람은 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서도 확인된다.

이 조사에서 26개국 한류 경험자 10명 중 7명(68.8%)이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호감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최근 한류가 확산하는 인도, UAE 등이었다.

특히 한국 드라마 경험자 중 75.7%가 한국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고 답했는데, 호감 요인으로는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탄탄해서'(26.1%), ‘배우의 외모가 매력적이어서'(22.5%), ‘연애 스토리가 순수해서'(22.3%) 등이 주로 꼽혔다.

응답자들에게 자국 외의 드라마 가운데 어느 나라의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는 문항에도 한국이라는 답변이 39.6%로 1위였다. 미국을 선택한 29.1%보다 10.5%포인트 높았다.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5년째 ‘기생충’ 3년째 ‘오겜’이 한국 대표…새 인기작 절실

다만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3∼5년 전 히트작에 머물러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 3년 연속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로 꼽혔고, 가장 선호하는 한국 영화 1위와 2위로는 ‘기생충’과 ‘부산행’이 각각 5년 연속 선정됐다.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더 글로리’, ‘무빙’ 등이 인기를 끌었으나 ‘오징어 게임’만큼 크게 화제가 되는 메가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평균 호감도는 2023년 68.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70%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호감도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2020년 74.9%,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2021년 77.7%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32.6%에 달했다. 한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이유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24.9%)이라는 답변과 ‘획일적이고 식상하다'(22.0%), ‘지나치게 상업적'(21.1%)이라는 답변이 많아 콘텐츠 품질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성장 측면에 있어선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가 큰 성공을 이룬 이후 최근 나온 콘텐츠들은 속편인 시즌2가 많았고, 독창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작의 특징을 강화한 작품이라 반향이 비교적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종의 정체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예전엔 한국 콘텐츠라면 일단 해외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청자들도 선별적으로 관심을 갖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결국 오리지널리티(독창성) 있는 새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적인 화제작이 자주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객관적인 진단도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화제작이 매년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쨌든 서양인들이 동양인들만 출연하는 드라마를 많이 보진 않는다”고 짚었다.

jaeh@yna.co.kr